우울한 날의 사랑 / 송해월
사람의 마음에 온도가 같을 수 없듯
내가 네게로 가는 몸 짓으로
너도 그렇게 내게 오라 할 수 없겠지
사람이 사람을 욕심내는 일이
부질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
바보같이 욕심을 내었구나
내가 너를
처음 사랑하기 시작한 날
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
나는 가난한 여자가 되어
맨 발로
네 가슴속에 걸어 들어가고 싶었다
잎을 채 떨어내지 못한
싸리나무 위를 불어가는 바람이
발 밑으로 구슬처럼 쏟아질 것 같은 저녁
오늘도 나는 너의 이름으로
내 심장을 종잇장처럼
얇게 져며 낸다
베이는 줄도 모르게
붉은 심장 예리하게 베이고 나면
그제야 서늘해져 몸서리치고
심장으로부터
전신으로 스며 나오는 투명한 피
소름 돋는 세포마다 흐느끼는 소리
온 몸에 귀를 닫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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